[110114] 스파르타4주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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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14 09:59 조회50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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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일기를 씁니다.
1. 손톱 검사를 했습니다. 하림이와 성아 손에는 동(브론즈)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습니다. 길이가 괜찮길래 놔두었습니다. 수빈이와 지아는 알아서 잘 자르고, 현지는 바닥에다 대고 손톱을 깎다 저에게 한 번 주의를 들었고요, 재령이는 제가 봐주기로 했습니다.
2. 우리 빌라에는 가훈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가 '울지 말자', 둘째가 '깜지를 줄이자', 셋째가 '바른말 고운말' 입니다. 재령이는 웃음도 눈물도 많은 아이인데 자기가 먼저 가훈을 화이트 보드에 써달라고 매 저녁 시간에 얘기합니다.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재령이는 막 울려다가도 글씨만 보면 꾹 참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을 다잡는다고 합니다. 사총사들을 위한 가훈인 '깜지를 줄이자' 는 바이오 리듬과 같이 어느 날엔 잘 지켜지고 어느 날엔 영 지켜지지 않습니다. 셋째 가훈은 아이들이 친해지면서 무심코라도 비속어를 사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정했습니다. 하림이가 뒤돌아 있는 상황에서 제가 말을 걸면 하림이가 자기 친구인줄 알고 '어' 하다가 뒤를 돈 후에야 깜짝 놀라는 일이 두어번 있었습니다. 하림이가 놀라는 모습이 귀여워요.
3. 아이들의 운동화와 샌들을 간밤에 빨았습니다. 집 안에 두면 잘 마르지 않을 것 같아서 빌라 앞 의자와 바위에 널어두었습니다. 행여나 분실이 일어날까봐 제가 그 앞 의자에 두 눈을 부릅뜨고 앉아 있었습니다. 해가 질 때쯤 신발을 거두니 네 켤레 모두가 거진 다 말랐습니다. 하지만 내일 하루 더 바싹 말려야 냄새가 완전히 가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으으.. 향수라도 뿌리지 않으면 안 될 상태였네요. 특히 수빈이와 지원이의 운동화가 심각했습니다. 저는 무심코 손을 코에 가져갔다가 바로 후회했지요..
4. 수빈이가 기관지 쪽 (코와 목)에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니 재령이가 종합 감기약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가져다 준 후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재령이가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언니, 이제 좀 나아지는 것 같애?' 라고 물었습니다. 수빈이는 아직 내려가지도 않았겠다고 말해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강지원: 지원이와 저 사이에는 싸인이 있습니다. 수학 문제 풀이가 빠른 지원이가 문제를 다 풀고 고개를 들면 제가 엄지와 검지를 말아 동그라미 모양을 해보입니다. 그러면 지원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다른 아이들이 아직 수학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손모양으로 다 풀었니? / 네 다 풀었어요 라는 의미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것입니다. 제가 이 손동작을 해보였을 때 한 번에 알아들은 지원이라 계속 이 신호를 애용할 예정입니다.
노하림: 하림이는 은근히 목소리가 큽니다. 가끔 얘기를 하다가 공감할 때에 더 그러는데 지아가 '선생님 얘 은근히 목소리가 크죠' 해서 제가 '은근히가 아니야' 하고 응수해주었습니다. 특히 음식 얘기를 할 때 하림이의 반응이 가장 활발합니다. 식당동에서 나오는 한식은 하림이의 기준에 한식으로 분류되지 않나봐요. 네가 지금 먹는 것도 한식이잖아, 했더니 절대 아니랍니다. 하림이는 보쌈이 먹고 싶대요.
배성아: 성아가 간밤에 넘어졌습니다. 필리핀 선생님들과 게임을 하느라 달리다가 슬리퍼를 신고 뛴 탓에 넘어졌습니다. 일단 물로 먼지 등을 씻어내게 한 뒤 마데카솔을 발라주었는데 피가 나지는 않고 아스팔트에 피부가 조금 긁혔습니다. 오늘 물어보니 약을 바를 필요는 없다고 말하네요. 단지 물에 닿으면 좀 따가운 정도라고 합니다. 경과를 살펴보고 차후에 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령: 재령이가 머리를 언제 감느냐를 두고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손톱 검사를 하다가 손톱 끝이 지저분한 걸 두고 제가 '보통 머리를 감으면 손톱 끝은 깨끗해지지 않나' 라고 말한 데서 화제가 재령이의 머리 감는 횟수로 옮겨갔습니다. 액티비티 날에만 머리를 감는다는 증언에 맞서서 재령이는 자주 씻는다며 펄쩍 뛰었지만 맨날 감는다는 얘기는 하지 않네요. 펄쩍 뛰는 모습이 귀여워 모두들 웃었습니다. 재령이가 알아서 잘 할테니 깊게 관여는 안하려 하지만 자주 재령이의 위생 상태를 확인해보려 합니다.
정수빈: 수빈이는 참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제게 질문도 하고, 책 읽기도 좋아하는 것 같고요. 감성이 풍부한 듯 합니다.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은 학생입니다. 다만 수빈이는 인기가 너무 많아 동생 네 명이 붙잡고 놔주질 않는 게 문제입니다.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아이들도 앉혀 공부하도록 만드는 게 수빈이의 대단한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습니다.
최지아: 지아는 늘 현지와 더불어 선두로 과제를 마치고 산책을 다녀옵니다. 단어 시험에서 틀리지를 않으니 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필리핀 선생님들과 '신발로 깡통 맞추기' 게임에 몰두해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눈을 감고 하는 숨바꼭질을 하는데 시간이 되면 놀이를 정리하고 아이들을 보내니 제 할 일을 크게 덜어줍니다.
최현지: 지아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현지는 지아가 더 놀자 하는데도 샤워를 해야 한다며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현지가 일찍 공부를 마치고 잠이 들어서 편지가 좀 밀려 있었는데 보여주니 힉 하고 놀라면서도 한 장 한 장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1월 9일 답장입니다
존댓말쓰기싫은데ㅠㅠ
나근데 이마에 모기물렸어ㅠㅠ
안경은 잃어버려도 선글라스있으니까 그거 쓰고 다니면 되고ㅋㅋ
수영장에서 힘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물이 깊어서 발이 안닿아서 그래ㅋㅋ
나 존댓말안써도되지? 존댓말 쓰면 거리가 멀어진것같단말이야.
한국에 함박눈 내렸다던데, 보고 싶다~
다음에 답장 또 할게
추신 공항올때 핸드폰가지고와주라~
현지올림
1월 10일 답장입니다
나도 준영이 보고 싶은데 또 가면 나랑 싸우는거 아니야?ㅋㅋ
수학은 중학생꺼라 그런지 좀 어려운데
영어는 괜찮아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있어.
재미는 있는데 다시오고싶지는 않아
매일매일 단어 40개씩 봐. 틀린건 10번씩 쓰고.
스파게티 나왔을때 두그릇먹었어.
라면도 먹었어. 완전 좋았는데~
근데 나 새로산 팬티가 어딨는지 모르겠어
찾아봐도 안나와.
다음에 답장 또 할께 안녕.
1월 14일 아버지 답장입니다
나도 아빠 보고 싶다~
아빠한테 편지 받은거 처음이다~
앞으로도 많이 보내줘야대!
근데 답장할 내용이 별로 없네..
물어보는게 없어서^^;
공항올때 핸드폰가져와죠!
현지올림
1월 14일 어머니 답장입니다
엄마가 편지쓴거 밀려서 한꺼번에
3개나 쓰고있다~
요즘에는 선생님한테 발차기안한대~(선생님말로는)
어쨋든 내가 차고싶어서 차는건 아니지만ㅠㅠ
나도 잠꼬대 안했으면 좋겠다~ 그니깐 놀리지말라구!
나 근데 정리정돈 잘 안하는데.ㅋㅋ
나 처음에는 장롱속에 접어서 넣어놨는데
귀찮아서 그냥 막 넣고 있어ㅋㅋ
일기는 쓸 내용 없으면 막 지어내서도 쓰고
늘려서도 쓰고(예를 들어 노래제목으로 2줄 때우기)
그래서 빨리 쓰는 거야.ㅋㅋㅋ
공항올때 핸드폰 꼭 챙겨와야해!(강조강조강조강조)
현지올림
내일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이재령님의 댓글
회원명: 이재령(doolph3) 작성일
글을 읽고 어찌나 웃었던지 눈물이 찔금 나네요..
선생님,, 하루에 한번씩 샤워하라고 아님 엄마와의 2월 데이트 없다구요...
엄마가 기겁했다고,, 꼬~~옥 전해주세요..
스스로 했었기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ㅠㅠㅠ
노하림님의 댓글
회원명: 노하림(rhr2006) 작성일
ㅎㅎ 하림아 먹고싶은거 적어놔 한국오면 사줄께
오늘은 현기생일이야
현기 선물 알아서 사와
남자 애들이 좋아할만한걸로...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 표현에 또 한번 웃음 짓게 됩니다.
가훈을 세우셔서 아이들을 독려하시는군요!^^
신발을 사수하시고 ,냄새까지 사수하시고...ㅠㅠㅠ
지원이의 손톱검사의 정황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가끔 물어뜯는 몹쓸 버릇으로
인한 손톱상황이 연출 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ㅎㅎㅎ
선생님과 아이들 홧팅!!!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지원이 어머님 / 안 그래도 지원이에게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는 걸 지원이의 자백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손톱을 물어뜯어 버릇하면 손톱은 둘째치고라도 이가 깨질 수 있다고 겁 아닌 겁을 주었더니 진짜요..? 하며 손톱을 길러보겠답니다. 틈틈히 지켜보려구요!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재령이 어머님 / 알고보니 손톱을 깨끗이 하는 도구로 연필을 사용했대요 하하. 주변 친구들이 연필은 더 까매지니 실삔이나 샤프를 사용하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길래 그냥 머리를 자주 감는게 훨씬 낫다고 얼른 말해주었습니다. 엄마한테 말하실거냐고 묻길래 다 말해버릴거라고, 선생님은 원래 다 적는다고 했더니 꼭 감겠대요. 이 아침엔 엄마에게 그것과 관련해서 답글이 달렸냐고도 물어봅니다. 오늘 깨끗이 완벽 샤워를 하고 나면 1차적으로 그리 짧지 않게 깎았던 손톱을 재검사하려고 합니다. 오늘 일기에서 뵐게요!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하림이 어머님 / 남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빌라에 있어서 하림이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연스레 그 주제에 대해 대화의 운을 띄워볼까 생각중입니다. 다음 편지 시간에 하림이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보라고 말할까봐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