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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다이어리 필리핀

[110111] 스파르타4주 이지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11 09:22 조회537회

본문

안녕하세요, 이지윤입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 이라는 말은 소설에서도 시에서도 노래 가사에서도 몇 번씩이나 쓰이는
클리셰이지만 이곳에서의 일상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문구이기도 합니다.
오늘 두번째로 아이들이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시간표를 머릿속에 다 집어넣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을 9층 교실로 모두 보낸 뒤 저는 빨래를 셌습니다.
빨래를 걷어간 관리인들과 함께 빨래를 세고 목록을 확인하는데요,
수영장에 갔다온 것도 있고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의 텀이 긴 것도 있고 해서 빨래가 정말이지 엄-청 많았습니다.
모든 빌라에서의 빨래를 세는데만 장장 2시간 가까이 걸렸으니까요.
8주 선생님들과 힘을 합쳐 빨래를 셌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술래가 눈을 감고 여기 저기에 숨어있는 다른 아이들을 찾는 놀이를 했습니다.
행여 위험한 일이 벌어나지 않을까 아이들이 노는 곳에 함께 있었는데,
그 탓에 술래인 아이들을 본의 아니게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내일은 아일랜드 호핑으로 외부 활동을 나갑니다.
우리 빌라 아이들은 아직까지 크고 작은 사고나 병치레 없이 일주일을 잘 지냈지만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니만큼 액티비티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들에게 안전 문제를 강조 또 강조했습니다.
4주 캠프의 메인 활동 중 하나인만큼 선생님들이 배 위와 바다 위에서 아이들을 주시할 예정입니다.

외부 활동이 있는 날에 간식이 나오고 그 전날 간식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즉 화요일 토요일에 간식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요,
저희는 그래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매점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이들에게 500페소씩을 똑같이 지급했습니다. 용돈 기입장을 쓰게 했고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 라면이 다 떨어져서 아이들은 라면 대신 다른 군것질거리들을 샀습니다.
먹고 쓰레기를 정리하는 폼이 제법 능숙합니다. 


강지원:
지원이는 깜지를 쓰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단어 하나를 외우는 게 더 현명한 공부 방법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깨쳤습니다.
저에게 '선생님, 깜지를 쓰는 것보다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하는데
안아서 비행기라도 태워주고 싶었습니다.
모기 팔찌는 지원이가 가지고 있고, 제가 상황을 봐서 지원이가 차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물린 것은 많이 작아졌는데 한번 더 약을 바르도록 했습니다. 

노하림:
하림이는 오늘 교실이 춥다고 위아래 긴팔 긴바지를 입었습니다.
간식으로 큰 아이스크림 한 통을 샀는데, 제가 식당동에서 스푼을 가져다주자
통크게도 모두와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빌라 아이들끼리 음식을 나누어 먹질 않았거든요,
각자 자기들 것은 자기가 먹었을 뿐인데 하림이가 음식을 나누자
나머지 아이들도 자기가 산 간식 거리들을 소소히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하림이로 인해 빌라 아이들이 좀 더 가족다워진 것 같아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배성아:
성아는 손이 정말 빠릅니다.
단어 시험 공부를 이틀 정도 게을리 해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들을 항상 1등으로 성실히 해내서 제가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시험도 잘 보고 결과적으로 깜지를 써야할 단어의 갯수가 적어 과제를 선두로 끝냈습니다. 

이재령:
식당동으로 가는 길에 재령이가 자기는 꼬박꼬박 오늘이 집에 가기까지 몇 일이 남았는지를 센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꼭 2주일하고 5일이 남았다며 가기까지 3주일 정도가 남았지 아마? 하며
불분명하게 날짜를 짐작해보는 제 말을 정정해주었습니다.
아빠는 암기 과목을, 엄마는 그 반대 과목을 잘하는데 자기는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재령이에게
너 다 잘하잖아,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재령이에게 더 많은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어야 하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수빈:
수빈이의 별명은 월이입니다.
어쩌다 그 별명이 나왔느냐 물으니 영어 이름인 ELLE 를 지아가 월이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식사 시간에 식당동으로 가기 위해 아이들을 모으며 수빈이를 찾으면 아이들은 '월이언니요?' 하고
자동으로 수빈이를 월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나 중학교 생활을 물어보면 수빈이는 특유의 쿨한 어투로 설명해줍니다. 

최지아:
지아는 동생들을 '아줌마'라고 부릅니다.
간식을 먹은 후 애들에게 연락처를 나눠주면서 하는 말이 절대 메일 주소를 적은 이 쪽지를
이 곳 타국에서버리지 말고 한국에서도 차라리 불태워버리랍니다.
사생활 보호인 듯 싶지만 사실은 부디 소중히 가져가라는 완곡어법인가봐요.
수많은 아이들 중 한 달이나 한빌라에 살게 된 것도 인연인데 아이들이 한국에 가서도
서로 잊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현지:
현지가 오늘 처음으로 제게 수학 문제를 물어보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였는데 제가 문제를 풀어주고 이해를 했는지 여러번 확인했습니다.
응용 문제도 개념이 확실히 잡히니 잘 풀더군요.
현지는 깜지, 숙제, 일기, 수학 숙제를 제일 먼저 마치고 지아와 함께 빌라를 산책했습니다.    


사총사들이 그동안 늘 단어 시험이 어렵다고 불평을 했었습니다.
단어를 외우기가 귀찮고 싫으니 차라리 깜지를 쓰는게 낫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포자기해서맞춘 단어 갯수가 거의 없다시피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열심히 외웠습니다.
그래서 빌라에 입촌한 후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지원이를 선두로 성아, 하림이, 재령이와 저는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제가 일기를 쓰며 버릇처럼 '기쁘다', '기특하다'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오늘만큼 아이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들으며 흐트러지지 않는 아이들의 바른 자세와 숨은 노력들을
시험 결과로만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이렇게 크게 상승하니 정말이지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현지, 수빈이 그리고 지아는 단어 시험에서 5개 이상 틀리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항상 잘 해낼 것이란 믿음이 있었고 동생들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사총사들의 시험을 좀 더 주시했던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이제는 일곱이 전자 사전으로 노래를 틀어놓으면서도, 혹은 수다를 떨면서도 눈을 자동으로 책을 향하고
손은 자동으로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과 비해 너무나도 정돈되고 자연스러워진 모습들에
괜시리 감상적이 되어버리네요.
누구 하나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도, 무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람도 없이 잘 지내니
이런 아이들을 만난 제가 참 복받은 사람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가족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내일 일기에서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노하림님의 댓글

회원명: 노하림(rhr2006) 작성일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 매일  궁금하답니다
아이들이 열공하고 잘 지낸다니 좋아요
근데 우리집은 하림이가 없어 심심해요(특히 현기와 엄마)
그 이유는 하림이가 잘 알거예요~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

하림이 어머님 / 어머님, 혹시 우체통에 제가 단 댓글 확인해 보셨나요? 비밀번호를 적어주시지 않은 것 같아서 (비밀번호# 라고만 적혀있어서요) 전화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바로 정정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 사랑이 흠씬 묻어나는 일기에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그리고 일기 덕분에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숙소의 아이들이 오랫동안 보아 온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아일랜드 호핑을 가는군요,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활동이 되길
바라며...늘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홧팅!!!, 지원이! 홧팅!!!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 사랑이 흠씬 묻어나는 일기에 마음이 따뜻해져옵니다.
그리고,일기 덕분에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숙소의아이들이
오랫동안 보아 온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아일랜드 호핑을 가는군요,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할동이 되길 바라며...
늘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홧팅!!!, 지원이! 홧팅!!!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사랑이 흠씬 묻어나는 일기에 마음이 따뜻해져옵니다.
그리고,일기 덕분에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숙소의 아이들이
오랫동안 보아 온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늘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아일랜드 호핑을 가는군요,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활동이 되길 바라며...
선생님과아이들 모두! 홧팅!!!, 지원아,즐겁고 소중한 추억 만들길 응원한다!

이재령님의 댓글

회원명: 이재령(doolph3) 작성일

날짜를 세는 방법도 좋을 듯 듯합니다.
호핑투어 행복하고 즐건 시간 보내고 오시구요... 아이들 사진 많이 찍어서 올려주세요..

최규진님의 댓글

회원명: 최규진(jim0929) 작성일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속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일일이 매일같이 아이들에 대해서 글 올리기가 쉽지 않을텐데도 항상 재밌고 자세하고 편안하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