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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다이어리 필리핀

[110105] 스파르타4주 이지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05 23:48 조회617회

본문


 
 안녕하세요, 세번째 일기입니다.

 
 날은 무덥습니다. 비가 오다 그치길 반복해서 덥다, 덥다 하는

 소리가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나날들입니다. 저부터도 아이고 덥다..

 중얼거리다 한국은 지금 겨울이 한창일텐데, 깨닫고는 문득 놀라고는 해요.

 이러한 기후상 습기가 차고 땀이 나 몸이 쉽게 끈적끈적해질 수 있으므로

 위생 상태, 방의 온도 문제를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오늘은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하실때마다 부모님들께서

 참조하실 오리엔테이션 자료의 스케줄 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오늘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첫 외출을 하였습니다.

 첫날 주황색과 연두색 두 벌의 반팔티를 아이들의 사이즈에 맞게

 배부하였습니다. 수요일에는 주황색, 일요일에는 연두색의 티셔츠를 입고

 외부 활동을 나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주황색 티셔츠를 입었지요.

 sm 몰은,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의 삼성동 코엑스와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삼성동 코엑스보다 훨씬 공간이
 
 넓직넓직하게 구성되어 있고 사람도 5분의 1로 한적합니다.

 sm mall 전에는 도시 관광을 갔는데요, 시간 순서에 따라

 도시 관광에 대해서부터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기상시간은 쓰인 것보다 조금 앞당겨진 8시였습니다.

 9시까지 아침식사 및 모든 준비를 마치고 9시 반 경에 출발하기로

 스케줄 상의 시간이 조정되었는데요,

 제가 7시 50분 쯤 일어난 후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방문을 열어 확인해보니

 이런, 제 기상 순위가 최하위권이었습니다. 모두들 씻고, 애크미 티셔츠를

 챙겨 입고, 일러준대로 양말에 운동화에 이름표까지 주의사항 및 요구사항들

 에 하나도 벗어나는 것 없이 준비를 말끔히 마쳐가는 중이었습니다.

 용돈을 받은 순간부터 뭘 살지를 고민하던 아이들의 sm 몰 방문에 대한

 열망이 이렇게 클 줄이야! 앞으로 남은 외부 활동날들뿐만 아니라

 그 외의 수업나날들에도 이렇게만 해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저는 마음 속으로 조용히 해보았습니다.

 

 날이 뜨거울 수 있어서 썬크림을 제대로 발랐는지, 얼굴 뿐만 아니라

 목, 팔, 다리 등 옷에 가리지 않은 부분에 모두 챙겨 발랐는지를

 두어번 이상 확인했습니다.

 날씨는 흐린 듯 하다 비가 왔습니다. 아이들은 우산을 챙겨서

 외부 활동에 매고 나갈 가방에 넣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저희는 벤을 탔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산 페드로 요새입니다.

 출발 전날 산 페드로 요새에 대해 짧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을 여기저기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으니 아이들은 선생님 그만 좀..

 하면서도 한껏 웃어주었습니다.

 산 페드로 요새에서 산토리뇨 성당과 마젤란 십자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마젤란 십자가와 산토리뇨 성당을 돌아보며

 그 곳에 놓인 초,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불을 붙여 놓아두는 초에 대해

 이게 무엇인지 묻기도 하고 현지인들을 위해 한줄로 움직이며 절대 정숙하는

 등 지도에 잘 따라주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로컬 뷔페에 갔습니다. 4주 8주

 학생들이 합쳐 80명 가까이 되다보니 대인, 소인으로 아이들을 구분하고

 입장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끼리 떠들고 한창 때 애들이라

 서인지 남녀간의 내외가 있어 줄을 세우는 것만도 소요 시간이 길었는데

 저희 애들은 제 지시에 잘 따르고 조용히 있어주어 얼마나 기특하고 예뻤는지

 모릅니다. 우리 집 모여, 24번 빌라 모여, 하면 착착 모여 한 줄로 서는

 모습이 제 목소리에 지난 며칠보다도 제 말에 한층 집중력을 높인 반증이라

 기뻤습니다.


 
 로컬 뷔페는 말 그대로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뷔페식 식당입니다. 아이들은

 제 뒤로 먹고 싶은 음식을 받았습니다. 음료, 과일 등 후식도 배불리

 먹고요. 현지 음식은 아이들에게 좀 짰나봐요. 가정에서는 싱겁게 음식을

 먹이시는 편이였나요?


 아, 재밌는 얘기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과일을 좀 남겼는데,

 뷔페 점원이 다가와 과일을 남기면 두 배의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아이들은 사뭇 진지해져선 수박이며 바나나를 힘을 합해

 해치웠습니다. 이 장면은 함께 보셨어야 정말 귀엽다, 사랑스럽다 고

 느끼실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로컬 뷔페에서 나온 후 드디어! 아이들은 sm 몰로 향했습니다.

 3시간 가량의 쇼핑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쇼핑을 할려면

 기본이 5시간이라고 불평을 늘어놓은 아이들의 전날 밤에 비교되게도

 같이 벤을 탄 남자아이들이 쇼핑에 2시간이면 되지 않으냐고 서로 얘기하는

 것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빌라별로 움직였습니다. 이름표에 4주 인솔교사 모두의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활동 완료 시간인 5시 전인 4시 45분에서 50분까지 약속장소로의

 이동을 모두 마치라 일러두었습니다. 인솔교사들과 방잘들의 시간을 하나로

 맞춘 뒤에 아이들은 쇼핑을 시작했습니다.


 제 빌라 아이들은 ('제'라는 표현을 벌써 쓰게 되네요. 아이들을 부를 때

 '내꺼들 이리로 와' 라고 아이들을 소집시킨 적도 있고요. 어쩌면 그만큼

 이 애들에 대해 제가 유별나고 애틋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간질거리나요?)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 길을 잃지도 않고 잘 왔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씻은 뒤 영어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어 일기와 숙제, 단어 시험 및 시험 후 재공부는

 빌라 1층에 있는 큰 원탁에 한데 모여서 합니다. 이 표현은 영어로 뭐야,

 이 단어는 영어로 뭐야 하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제게도 묻습니다.

 결코 나이가 많지 않은 학생들이 보이는 학구적인 모습들이 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도 합니다.   

 

 내일은 다시 수업입니다. 야외 활동도, 몇 시간씩 이어지는 수업들도

 모두 이 곳에서 이루어지는 영어캠프의 일부입니다. 아이들이 그 어떤

 면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주의깊게 한 명 한 명을 살피고 있습니다.

 남은 나날 중 언젠가 아이들에게 마음과 달리 엄하게 굴수도, 혼을 낼 수도

 있겠지만 어제와 또 달리 서로 끈끈히 뭉치는 한편 자신들의 일을

 조금 적은(!) 양의 불평과 의문을 가지고 해내는 것이 대견합니다. 역시

 사람은 혼자가 아닐 때 (사람 人의 의미가 그렇다고 하지요) 어떤 측면에서든

 더 높고 더 나은 세계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지원: 지원이의 침대는 어찌된 일인지 인기만점입니다. 지원이와 한 방을

         쓰는 아이들은 지원이를 포함하여 5학년 동갑내기 사총사들인데

         서로 각자의 침대를 두고 있으면서도 제가 일기를 내라, 용돈을

         기입해라 이런 저런 지시를 하면 지원이 침대 주변으로 모여들어

         지원이는 자기 침대의 인기가 너무 많다는 고충 아닌 고충을

         귀여운 한숨과 함께 털어놓았습니다. 첫 날 영어일기 속의

         지원이 글씨가 크길래 좀 줄이랬더니 미묘한 차이와 함께 글씨가

         줄어들었습니다. 지원이는 생긴 것만 보면 되게 다소곳하고 수줍음

         이 많을 듯한데 곱상한 외모에 활달한 성격이라 의외이기도 하면서

         더욱 정이 갑니다.

 

 노하림: 오늘 모여서 숙제를 하는데 하림이를 담당한 선생님들 중 세 분이

         숙제를 내주어 빌라 학생들 중 가장 많은 숙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첫 날 받은 숙제이므로 절대적인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하림이가 잠시 투덜거렸습니다. 친구들과 언니들은 다 네 복이라며

         하림이에게 힘을 북돋아주었고요. 어머님께서 하림이에게 말린

         망고를 50봉지 사오라고 하셨다던데, 하림이는 말린 망고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효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12봉지

         를 샀더군요.

 

 배성아: 성아는 간식을 네 봉지 샀습니다. 외부 활동이 있는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간식이 나오지 않는데 숙제를 마친 후 모두들 서로

         사 온 간식을 먹었습니다. 성아는 단어 시험 중 틀린 단어 틀린

         문장을 다시 쓰는 일명 깜지 숙제를 가장 먼저 마쳤습니다.

         자기가 먼저 '글씨는 좀 별로에요' 하며 웃는데 재시험을 보자고

         하니 손은 기계적으로 움직인 거라 재시험을 보려면 공부를 다시

         해야 된다며 책을 다시 폈습니다.


        

 이재령: 오늘 벤을 남자 학생들과 같이 탔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재우의

         빌라였습니다. 재령이는 자신이 아빠와 고모를 많이 닮았다고 하던데

         아이들이 재우와 재령이가 서로 닮지 않았다고 하니 재우는 누굴

         닮은 건지가 궁금하네요. 재령이는 제가 직접 묻지 않아도 먼저
 
         쪼르르 달려와 아이들 쪽 의견이나 소식을 전해줍니다. 고마울

         따름이지요. 재령이는 '있어요' 라고 하지 않고 '있다요'라고

         말을 끝내는 버릇이 있던데 이 표현은 비문법적이므로 제가

         고치도록 지도하려고 합니다. 

         

 정수빈: 수빈이는 sm 몰에서 시계를 사려고 했지만 시계가 생각보다

         비싸 그냥 포기했다고 합니다. 수빈이는 선생님들이 내준 숙제가

         없어 아이들이 일기를 쓰고 숙제를 하는 동안 자기 몫의 일기를

         다 쓰고 가져온 원서를 읽었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와 선생님은

         그동안 뭐하셨냐고 물어온 유일한 빌라 학생이기도 합니다. 수빈

         이의 영어 이름인 elle 는 빌라 학생들 사이에서 발음을 놓고

         화제에 올랐습니다. 엘, 엘리, 엘레 중 답이 무엇인가에 대해

         모두들 열심히 얘기했습니다. 수빈이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답을) 가진 자의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지켜보았습니다.


   
 최지아: 지아는 방장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수업을 같이 듣는

         남자 아이가 자기를 이제 중 1이 되는 나이로 보인다고 봐주어서

         자기가 동안이라며 제게 자랑을 했는데요. 생긴 점과 상관없이

         하는 행동이 딱 그 나이 또래의 소녀입니다. 지아는 원탁에서

         '얘들아 이거 뭐야' 하고 물었을 때 바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짐짓 슬픈 표정을 지으며 서글픔을 토로하는데 분위기를 유하게

         만드는 한편 아이들과 어울리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지아, 수빈이와 같은 아이들이 큰언니로 빌라에 들어오게 되어서

         저는 대단히 복을 받은 것 같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현지: 간밤에 현지의 발차기에 네 번 정도 공격을 당한 것 같습니다.

         뷔페에서 현지가 제게 간밤에 자기가 어쨌냐며 묻더니 제가

         현지의 이런 저런 공격들을 나열하자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줍니다. 현지가 다른 학생들의 알림장이나

         일기를 재밌다며 읽어서 제가 주의를 한 번 주었습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고 여학생이 일곱 명 사는 곳인점을 감안해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자는 의도로 현지를 비롯한 모두에게

         일러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오늘 쓰고 남은 용돈을 제가 보는 앞에서 지갑에 넣고

 용돈 기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각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비롯 자신들이 먹을 간식을 샀는데요,

 그 양이 많지는 않지만 식사를 거르게 되거나 식사양이 줄 것을 우려해

 주방 찬장에 자기 것을 따로 따로 보관하도록 걷어두었습니다. 매일 8시

 반이 간식 시간이므로 그 때 식당에서 제공하는 간식과 자신들이 사온

 간식 중 무엇을 먹을지 스스로 선택하게 하여 자신들이 구입한 간식을

 먹이려고 합니다. 두 간식을 모두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배앓이를 하거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있는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은 아이들이 깜짝 놀라실 수 있도록 여기에 상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아이들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주세요.

 
         +) '짜증'이란 단어는 비단 성아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입에 올릴

            때마다 엄하게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 단어 자체에 사람의 기분을 진짜로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언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인솔교사로써 아이들의

            사소한 말버릇까지 고치고자 하는 것이 어찌보면 주제넘은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저와 함께 있는 동안 아이들이

            최대한 모나지 않은 행동, 바른말 고운말이 가득한 빌라에서

            거주하게 하고 싶습니다. 
        

 

 오늘 일기를 저장해놓고 보니 지난 3일간의 일기 중 가장 기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최현지님의 댓글

회원명: 최현지(pink817) 작성일

아이들의 모습을 마치 보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세심하게 기록해 주셨네요.
글 솜씨도 있으시고 아이들을 때론 엄마와 같이, 때론 언니와 같이 돌봐 주시는 것 같아
너무나 안심이 됩니다. 아이들은 지금 이 시간(한국은 밤 11시 45분) 모두 꿈나라로 가 있겠지요?
선생님께서도 수고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이재령님의 댓글

회원명: 이재령(doolph3) 작성일

안녕하세요...  선생님,,,
자세한 설명으로 저두 오늘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재령이가 피곤하면 눈밑 아토피가 생기는데,,,
혹시 아토피가 올라왔음,,,  안연고 꼭 바르라고 해주세요...
오늘은 지방 출장을 다녀와야 하기에 낼 방문할 수 있겠네요....
선생님,,,, 오늘도 힘찬 하루 시작하세요....

노하림님의 댓글

회원명: 노하림(rhr2006) 작성일

선생님,오티때나 공항에서 왜 하림이을 신신당부했는지 이제 이해되시죠?
자기는 그냥 열심히 생각중이라는데 남들이 보기엔 멍~때리는 상태입니다
야외 활동가서 하림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또 부탁드려요 친구들에게도 하림이를 부탁한다고해주세요 하림이 언니가 3년전에 이캠프를 갔었는데 망고말린거 맛있더라구요 주위분들에게 선물로 망고말린것을 하기로 했어요 ~일기 또 기다릴께요 감사합니다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 액티비티 활동으로 힘드셨을텐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글을 올려주시니 고마운 마음 뿐 입니다.
영어공부 뿐 아니라 바른 인성을 키울 수있는 캠프 생활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심이 됩니다.
지원아!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잊지 않길 기도한다.홧팅!!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

어머님들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에 일러주신 내용들 모두 참고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신만큼 한시라도 소홀하지 않고 온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