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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다이어리 뉴질랜드

[110120] 공립스쿨링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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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20 21:27 조회9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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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처음 맞는 아침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아침 6시 쯤, 침대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잠결에 '누가 침대를 흔드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였으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누가 침대를 흔들었을 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미치자 '아.. 이게 바로 지진이구나!' 하며 신기해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집의 아주머니는 뉴질랜드가 저를 제대로 환영해줬다며 웃으시더군요.
이 신기한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려고 했는데, 우리 10명의 아이들은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고 하네요.ㅎㅎ; 그래도 하나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잠은 정말 잘 잤나 봅니다.
여기서 지진은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정도 지진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전기가 끊기거나 사고가 나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잠깐 이렇게 흔들리는 정도? 워낙 대비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동요하지 않고 혹시나 문제가 생겨도 금방 복구가 된다고 하니 지진이란 것이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 만큼 그렇게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제는 27도의 쨍쨍한 날씨로 우리를 놀래키더니 오늘은 갑자기 또 쌀쌀해져서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선생님, 여기 날씨 왜 이래요?' 라고 질문하는 아이들... 글쎄다, 내가 어떻게 알겠니ㅎㅎ
교실에 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이 무엇인 줄 아세요? 바로... 도시락 자랑하기!! 먼저 왔던 아이들이 꺼내서 서로의 도시락을 비교하기 시작하더니 모든 아이들이 도시락을 꺼내고 어제 저녁에는 뭘 먹었는지, 호스트 패밀리는 어떤지, 어떤 동물을 키우는지 등등에 대해 얘기하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또 시끄럽게 하루가 시작되어 드디어 첫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Sharon Walsh-Grieve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뉴질랜드에 대해 배우고, 또 한국에 대한 것을 선생님께 얘기하고, 자기 소개를 하고, 또 한 사람 씩 발표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담이는 조용한 듯 하면서 특유의 시크함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언니 예슬이의 구박에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만 봐도 이 아이가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것들을 군말 없이 잘 하더군요. 누가 언니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 듯 합니다.ㅎㅎ

예슬이는 귀여운 외모와 엉뚱함으로 이 중에서 지영이와 함께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아이입니다.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그리라는 주문에 추파춥스를 정말 열심히 그리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진 찍을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가려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모습도 정말 싫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렇게 장난을 치는 것 같습니다. 뭔가 '나 삐뚤어질테다!'하는 식의 발언도 하지만, 별로 진심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항상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기 때문이죠.ㅎㅎ

태욱이가 호스트 패밀리의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태욱이의 도시락을 보자, 다른 아이들은 태욱이네 집이 부자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는데 무슨 말만 하면 '쟤네 집은 정말 잘사나봐' 라고 하지 않겠습니까?ㅎㅎ 어쨌든 태욱이 기분도 나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태욱이 호스트가 학교 선생님인데, 선생님이라서 아이들을 더 잘 챙겨주시는 것 같습니다.

현동이는 인규와 함께 삽니다. 집에 식구가 11명이라고 하네요.ㅎㅎ 자기들까지 합쳐서 11명인지, 빼고 11명인지 모르겠는데, 합쳐도 11명은 많긴 많죠. 그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집이 시끌시끌해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남자 아이들이 많은 것 같고 학교 끝나고 데리러 올 때 보니까 그집 아이들과도 벌써 친해진 것 같습니다.
현동이는 어제와 달라진 날씨에 반팔티만 입고 와서 추운 하루를 보낼 뻔 했습니다. 그래도 교실 안은 춥지 않았고, 쉬는 시간마다 열심히 농구에 축구를 하며 씩씩하게 보냈습니다. 시내투어를 할 때는 좀 보기엔 그닥 좋지 않은 나름의 방법으로(?) 추위를 이겨냈습니다.ㅎㅎ
인규는 시내투어 때 봤던 초대형 체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보다가 답답했는지 저에게 와서 지금 게임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열심히 설명을 해주더군요.(사실은 제가 체스 룰을 모른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 그렇게 답답하면 가서 게임이 끝난 후에 같이 한 판 하자고 그러라고 해서 다시 갔으나 결국, 떠날 시간이 되어서 진짜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현이와 현유는 호스트 패밀리의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고 좋아했습니다. 저녁 내내 트렘폴린에서 뛰었다고 하더군요. 고양이와 개를 키우는데 고양이 이름이 콜라라고 합니다. 저녁식사로 소시지와 샐러드가 나왔다고 하는데 현유는 너무 맛있었다고 하고 아현이는 맛이 없었다고 하네요. 아현이는 안되는 영어라도 하려고 하는 당당함이 참 좋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말도 빨리 늘게 마련이죠. 현유는 막내 답게 까불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현유를 참 귀여워 하십니다. 저한테 오늘 몇 번이나 현유가 너무 귀엽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뭘 하라 그러면 도망도 가고 싫다고도 하는데 그런 모습마저 귀여워서 웃을 수 밖에 없다고 하시네요.ㅎㅎ

지영이는 맏언니 답게 영어도 잘 하고 모든 일에 모범을 보이며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도 활짝 활짝 잘 웃어서 저도 참 지영이가 좋습니다.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고 밝고 명랑한 아이는 원래 선생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ㅎㅎ 역시 Sharon 선생님께도 하루만에 큰 신뢰를 얻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호스트 패밀리와 산책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공원이 너무 예쁘다며 뉴질랜드가 너무 좋다고 합니다.

영관이는 제가 오늘 영관이 글씨를 보고 반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또박또박 시원시원하고 예쁘게 쓰는지.ㅎㅎ 영관이네 호스트 패밀리는 아들만 넷인 집입니다. 4살짜리 꼬마부터 17살 고등학생까지 있는데, 역시 아들 넷을 키우는 어머니의 포스는 남다르더군요. 그런 어머니 덕분에 영관이도 그 틈에서 기죽지 않고 잘 지내는 듯 합니다.

연지는 참 재미있는 아이입니다. 아이같지 않게 매우 현실적인 사고방식으로 지영이가 '엄마, 그만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ㅎㅎ 음.. 부모님들은 이런 딸을 두면 참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등학교 때 갑자기 공부하려고 하면 힘들 수도 있으니 미리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거기다 보통 사람의 3배쯤 되는 말의 속도+부산사투리로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준답니다.ㅎㅎ

이렇게 하루가 갔습니다.
항상 아이들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응도 잘하고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더욱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내일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양아현님의 댓글

회원명: 양아현(kelly990612) 작성일

ㅎㅎ 선생님.. 선생님이 써주시는 캠프 다이어리는 마치 그 곳 뉴질랜드에 제가 앉아서 아이들을 직접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생활하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다행히 현지 선생님께서 뺀질 거리는 현유를 미워라 하지는 않으신 것 같은데 그래도 현유가 계속 그러면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는데 많은 지장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현유에게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셔요.. 사진과 소식을 통해서 다 알고 있으니까 조금도 점잖게 예의있게 행동하라고 말씀해 주셔요..

양아현님의 댓글

회원명: 양아현(kelly990612) 작성일

그리고 참! 우리 아이들이 host family가정에서 전화를 한 통 건 것 같은데 아마도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카드를 사용해서 전화를 걸라고 꼭! 꼭! 말씀해 주셔요..

조연지님의 댓글

회원명: 조연지(yunji1323) 작성일

많이 웃습니다. 건조한 일상에서 이렇게 웃어 본게 언제인가 싶네요
내일 올라올 선생님의 글과 애들 사진이 기다려 집니다(내일도 또 웃을수 있겠지요? ㅎㅎㅎ)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김성인님의 댓글

회원명: 김성인(kyungkog) 작성일

선생님 개구장이들 데리고 고생 많으십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아이들 모습 하나하나 그림으로 표현하듯 모습들이 그려지고 웃음이 번집니다. 선생님께서는 하루 종일 피곤하실텐데도 저희는 어린 자식놈을 보낸 엄마라 선생님글과 아이들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선생님 우리 태욱이가 가지고 간 비염약을 때 맞추어 잘 복용 할 수 있도록  가끔 점검 좀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영관님의 댓글

회원명: 정영관(jyg98) 작성일

전화할때  지진이 있었다고해서 큰일인가했는데 자주 있는일이라니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
아이들하나하나  신경쓰려면 힘드시겠지만 앞으로도 많은 재미난 소식들 기다릴께요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

아현,현유 어머니,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꼭 전해주겠습니다.ㅎㅎ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가끔씩 (몰라서 그러기는 하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좀 해서 제가 흠칫할 때가 있는데, 오늘 선생님과 얘길해보니 뉴질랜드 아이들은 더 말 안듣는다고 하더라구요. 애들은 역시 세계 공통인가봅니다.ㅎㅎ
태욱이는 약 잘 먹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토끼똥같다고 놀려도 꿋꿋하게 먹더라구요.ㅎㅎ
아이들 덕분에 저도 웃고 삽니다. 좀 피곤은 하지만 하나 하나 개성있는 이 아이들 때문에 웃지 않을 수가 없네요.^^

신현동 맘님의 댓글

회원명: 신현동(psy0712) 작성일

저도 현동이의 옷차림이 다른 아이들과 사뭇 달라 날씨가 궁금했는데....역시 그 이상한 포즈는 추워서 그러고 있는거였군요 ㅎㅎ 감기 걸리지않았나 걱정이네요
호스트패밀리 아이들과도 잘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선생님의 생생한 소식에 조금은 안심이되네요.    아직 아이와 전화통화는 못했는데 기회되면 목소리 한번 들려달라고 얘기좀 전해주세요~~